2023년 8월 28일 홍콩에 입국해 홍콩성시대학(香港城市大學, City University of Hong Kong)에서의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했고, 2023 가을학기와 2024 봄학기를 거쳐 2024년 6월 19일 한국에 귀국했다. 홍콩에서 지낸 297일 내내 거의 하루에 하나씩 사건이 생겼고, 하루하루가 참 역동적이었다. 그리고 홍콩과 CityU를 사랑하게 됐다. 뒤이어 올 사람들을 위해 교환 준비 절차, CityU 정보를 여기에 적어둔다.

준비

학교

CityU를 택한 이유는 세 가지다.

  1. 영어: 영어권에 가서 온종일 영어에 노출되고 싶었다.
  2. 물가: 영어권 중에 물가를 감당할 수 있는 곳에 가야 했다. 홍콩은 서울보다 물가가 조금만 비쌌고, 집값은 살인적이지만 기숙사비는 감당이 됐다.
  3. 전공: 주전공은 사회학이지만 교환에서는 부전공인 컴퓨터과학 수업을 듣고 싶었다. 상당수 학교가 비전공 교환학생의 공과대학 수업 수강을 아예 금한 반면, CityU는 열려 있었다(단, 선수과목 이수는 당연히 해야 했다).

학교를 고른 다음에는 순위를 확인했다. QS 순위가 연대와 엇비슷했다. 안심하고 CityU를 1순위로 적어서 냈다. 며칠 뒤 1차 합격 통보를 받았다. CityU를 고른 연대생은 나밖에 없었던 것 같다.

기숙사

연대 교환학생 제도는 연대에서 학생을 선발해 파견교에 추천하는 1차, 파견교에서 학생에게 수학을 허가하는 2차로 나뉜다. 1차에 선발되고서 CityU의 안내문이 4월에 메일로 왔다. 접수 자체는 안내문대로만 하면 인터넷으로 금방 할 수 있었다. 그러나 기숙사가 보장되지 않는 게 걸림돌이었다.

Due to the huge and growing demand, student accommodation is not guaranteed. (…) The student residences will be randomly assigned by a computerized lottery system after the application deadline. (…) The normal duration of housing term assigned for exchange students is one semester. Full year exchange students may re-apply for student accommodation before the end of the semester. Again, no guarantee of on-campus accommodation can be made. - 안내문 中

5월까지 기숙사 입사를 신청해 6월 중순에 추첨 결과를 조회하고 당첨되면 6월 말까지 기숙사비를 납부하면 됐다. Off-campus accommodation은 너무 비싸서, 입사에 낙첨되면 교환학생을 포기할 각오를, 잔류에 낙첨되면 한 학기만 하고 돌아올 각오를 하고 기숙사를 신청했다. 그런데 입사에 당첨되고 첫 학기를 보내던 도중 11월에 온 잔류 신청 결과 통보 메일에는 1년짜리 교환학생이니(“As you are a full year exchange student”) 그대로 그 방에 살아도 된다고 나와 있었으니, 어떤 게 옳은 설명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에어컨이 충전해서 쓰는 유료라길래 비용이 많이 들까 걱정했는데, 직접 가보니 6홍콩달러 정도만 충전하면 수면시간 동안 쓸 수 있어 비용이 많이 들지 않았다. 실은 에어컨료는 교환을 준비할 때 중히 고려하면 안 된다. 방에만 있을 거면 교환을 오지 않는 게 맞다.

비자

CityU 파견에 필요한 절차는 다 인터넷으로 가능하지만 유일하게 학생비자만큼은 우편을 쓴다. 안내문을 따라 CityU GEO(Global Engagement Office)에 서류를 국제우편으로 보내면 GEO가 알아서 비자 발급 절차를 밟아준다. 서류 마감이 6월 1일인 것을 5월 31일 밤에 확인한 바람에 방문접수를 하려고 급히 항공권을 사서 인천공항에까지 갔는데, 아침이 되어 건 국제전화에서 6월 1일은 권장 날짜일 뿐이며 늦게 보내도 된다는 GEO의 설명을 듣고 도로 귀가하는 촌극이 있었다. 비자 처리는 8주 정도 소요되어, 8월 18일에 CityU에서 Visa Notification Slip PDF를 메일로 받았다.

수강신청

교환학생은 수강신청을 미리 할 수 있다. 최소 여섯 과목에서 최대 열 과목을 각각 선호도를 정해(1순위, 2순위, 3순위, …) 신청하고 성적증명서, 영어공인시험 성적표, 자교에서 수강했거나 수강 중인 선수과목의 수업계획서, 기타 수강자격 증빙 서류를 업로드하면 7월에 결과가 나온다. 나는 컴퓨터과학 9과목과 법학 1과목을 신청해 컴퓨터과학 5과목을 승인받았다. 신청과목의 50% 이상이 컴퓨터과학 과목이어서인지, Letter of Acceptance에서부터 Department of Computer Science로 적혀 있었고 학기 내내 College of Engineering으로 취급됐다.

보험과 교내 의료

국제학생은 보험을 필수로 들어야 한다. 나는 따로 보험을 들지 않아 CityU에서 기본으로 들어주는 AIG 보험에 소액을 내고 가입했는데, 보장 범위가 아주 좁았다. 다만 CityU 학생이라면 누구나 교내 건강센터와 치과에서 진료와 약 처방을 13홍콩달러에 받을 수 있으니 가벼운 병에 쩔쩔맬 필요는 없다.

장학금

Explorer Grant

2차 접수를 준비하던 5월에 연대 국제처로부터 난데없이 메일을 한 통 받았다. CityU가 교환학생들에게 1만 홍콩달러씩 장학금을 주고 있으며 연대에서는 나를 추천하겠으니 CityU에서 정한 질문에 답변을 작성해 연대 국제처를 거쳐 CityU로 보내라는 것이었다. 캐나다 유학파 절친의 첨삭을 받아가며 답변을 공들여 써서 제출한 다음 홍콩에 도착해서는 GEO 한국 교환학생 담당자인 Ms. Jenny Lai와 간단히 10분 정도 면담을 했는데, 면담 내용은 답변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Jenny가 내가 적응 잘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면서 교환학생 와서 공부에만 집중하지 말고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보라고, 현지인 학생들과도 많이 어울려보라고, CityU가 나중에 한국 관련 행사 같은 것을 주최하면 참여해달라고 한 게 다였다. 면담까지 마치면 수령 요건은 다 만족된다. 기분 좋게 GEO를 나와서 교환 생활을 보내다가 11월에 GEO에서 1만 달러 수표를 받아 교내 항셍은행 지점에서 현금화했다.

교류활성화장학금

한편으로 연대에서도 교류활성화장학금 200만 원을 줬다. 교류활성화장학금은 특정 국가와 대학으로 학생들이 몰리느라 관심이 덜한 해외 우수 대학을 홍보하고 파견을 장려할 목적으로 실행되는 장학금이다. 수혜 요건은 간단한데, 파견 후에 경험 보고서를 작성하고 홍보물을 만들면 된다. 사실 이 글은 교류활성화장학금의 수혜요건인 ‘홍보물 제작’을 겸한다.

CityU

지리

홍콩 지도

홍콩 지도. 1번 Islands District에는 홍콩 국제공항이 있고, 마카오와 주하이로 가는 강주아오 대교가 닿는다. 3번 North District와 9번 Yuen Long District는 북쪽에서 선전과 접경한다. CityU 캠퍼스는 10번 Kowloon City District에 있다. 배경이 투명하니 범례가 안 보이면 다크모드를 끄자. User:Moddlyg,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홍콩 섬, 구룡반도, 신계 3개 구획으로 나뉘는 홍콩에서 CityU는 구룡반도의 Kowloon City District, 그 중에서도 Kowloon Tong(九龍塘) 택지에 자리해 있다. Kowloon Tong은 부촌이다. 어딜 가든 사람으로 붐비고 고층 아파트가 빽빽히 늘어선 홍콩에서 드물게 고층 건물도 인파도 없이 한산한 거리에 저층 저택과 대학 캠퍼스, 쇼핑몰 정도만이 있다. 현지인 말로는 홍콩 연예인들이 이곳에 산다고 한다.

캠퍼스

학교 지도

2013년 경으로 추측되는 학교 지도. 14번 건물은 현재는 거의 완공되어 개방됐다. 출처

CityU 캠퍼스는 작다. 어디든지 걸어서 15분 내로 간다. 대신에 공간을 철저히 활용해 지어져, 비좁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강의실도 넓고, 시설도 좋다. 수업은 대부분 AC1, AC2, AC3 등에서 열린다. 건물끼리 통로로 연결되어 있어 소나기가 잦은 아열대기후에서도 비 맞을 일 거의 없이 항상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강의실로 갈 수 있다. 캠퍼스가 작다 보니 아는 사람을 마주치기 쉬운데, 친구를 마주치면 small talk을 하며 관계를 유지하게 되고, 모르는 사람이어도 자주 마주치면 서로 내적 친밀감이 생기다가 나중에 용기내 말을 붙여보면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캠퍼스가 넓어서 같은 단과대가 아니면 우연히 볼 일이 별로 없는 연대와는 달리 타 전공자와도 마주쳐 교류하는 일이 잦은 것은 CityU 캠퍼스의 장점이다. 혹은 모르는 사람과도 거리낌 없이 대화하는 영미권 문화 덕일 수도 있겠다.

Festival Walk

Festival Walk 한복판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서 통로를 걸으면 CityU AC1에 도착한다. 출처

Festival Walk 한복판에 설치된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가서 통로를 걸으면 CityU AC1에 도착한다. 출처

AC1은 Festival Walk이라는 쇼핑몰과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여느 홍콩 쇼핑몰처럼 Festival Walk도 비싼 식당과 명품 매장이 즐비하나, MUJI처럼 적당한 가격대에 식사할 수도 있는 곳도 있고, 맥도날드도 있고, 꼭대기층에는 Yoshinoya와 Cafe de Coral을 비롯해 가성비 식당이 모인 푸드코트가 있다. 푸드코트에서는 쇼핑몰 내부에 깔린 아이스링크를 내려다볼 수 있는데, 항상 사람들이 피겨나 스케이팅 연습을 하고 있었고, 유소년 아이스하키 경기도 종종 구경할 수 있었다. 요리를 하려거든 쇼핑몰 지하의 마트 TaSTe에 가서 재료를 사면 된다. 두부김치를 해주면 외국인 친구들이 참 좋아했다. 아래는 Festival Walk 내부를 걷는 영상.

Kowloon Tong 역

Kowloon Tong 역 승강장. Qwer132477,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Kowloon Tong 역 승강장. Qwer132477, CC BY-SA 3.0, via Wikimedia Commons.

총 99개 역을 보유한 홍콩 MTR. 똑같이 교환학생이었던 첫 학기 룸메이트는 한 학기 동안 99개 역과 그 주변을 다 방문·탐방하고 캐나다로 돌아갔다. 지도 출처

총 99개 역을 보유한 홍콩 MTR. 똑같이 교환학생이었던 첫 학기 룸메이트는 한 학기 동안 99개 역과 그 주변을 다 방문·탐방하고 캐나다로 돌아갔다. 지도 출처

Festival Walk의 연결통로로 걸어가면 Kowloon Tong 역이 나온다. Kowloon Tong 역은 East Rail Line(하늘색)과 Kwun Tong Line(녹색)의 환승역이다. 홍콩 섬으로 가려거든 East Rail Line을 타고 20분을 가 종점인 Admiralty에 내리면 되고, 선전으로 가려거든 반대 방향으로 종점까지 가면 된다. 몽콕Mong Kok은 Kwun Tong Line을 타고 네 정거장, 침사추이는 몽콕에서 Tsuen Wan Line(다홍색)으로 갈아타서 세 정거장이다. 홍콩의 번화가와 관광지 정보는 인터넷에 자료가 차고 넘치니 여기서는 생략한다. CityU가 입지가 좋아서 홍콩 내 타 지역으로의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만 밝혀두면 충분하다.

기숙사

2인실 평면도

Ma On Shan의 Hall 13 2인실 평면도. 두 명이 한 방을 쓰고, 두 방이 화장실 하나를 공유한다. 화장실에는 세면대 둘, 변기칸 하나, 샤워칸 하나가 있다. Kowloon Tong 기숙사의 구조도 이와 거의 같았다. 출처

‘24 가을에 파견될 교환학생부터는 Kowloon Tong이 아니라 Ma On Shan의 신축 기숙사에서 지내게 되지만, 내가 교환학생으로 파견됐을 때는 Ma On Shan이 아직 공사중이어서 Kowloon Tong 기숙사로 파견됐다. 캠퍼스 지도에 보이듯이 Kowloon Tong 기숙사는 캠퍼스와 육교로 연결돼 있어 기숙사-육교-학교 경로로 통학을 했다. 나는 입사 신청 때 아는 게 없어서 선호 학사 번호를 고르지 않았다가 Hall 10에 배정됐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Hall 10은 Hall 11과 더불어 시설이 가장 최신식이었다.

룸메이트와 토일렛메이트

입사를 신청할 때 선호하는 룸메이트 유형을 고를 수 있다. Same Nationality, Hong Kong Local, Different Ethnicity/Nationality 중 삼자택일을 하는데, 나는 첫 학기와 둘째 학기 다 Different Ethnicity/Nationality를 골랐고 첫 학기에는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는 캐나다인, 둘째 학기에는 화학을 전공하는 싱가포르인과 같이 방을 쓰게 됐다. 싱가포르인 룸메이트와는 시간을 같이 많이 보내지 못했지만, 캐나다인 룸메이트와는 학기 내내 자주 놀러다니며 절친이 됐고, 지금도 연락하는 사이다.

화장실을 같이 쓰는 토일렛메이트 역시 네 명 다 교환학생이었다. 첫 학기에는 말레이시아 컴퓨터과학 대학원에서 유학을 하다가 홍콩으로 교환을 온 중국 본토인(Mainlander)과 중국에서 법학을 공부하다가 교환을 온 중국 본토인 학부생 친구가 건너편 방을 썼고, 이 두 명이 떠난 둘째 학기에는 컴퓨터과학을 전공하는 핀란드인 교환학생과 경영학을 전공하는 아일랜드인 교환학생이 새 토일렛메이트가 됐다. 기숙사에서 만난 사람들은 화장실을 거쳐 거리낌 없이 건너편 방으로 건너다니면서 토일렛메이트와 친해지기도 했지만 나와 룸메이트는 토일렛메이트와는 잘 교류하지 않았고, 화장실 문도 거의 항상 잠가뒀다.

나는 운이 좋게 룸메이트 선호도가 두 번 다 통했지만, 캐나다인 룸메이트가 나중에 자기는 입사 신청 때 Hong Kong Local을 골랐다고 고백한 것으로 보아 누구에게나 반영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다만 동일국가끼리 토일렛메이트가 된 사례는 네 번을 봤다.

  • 거기서 만난 한국인 학부유학생 남자 4명이 토일렛메이트였다.
  • 거기서 만난 한국인 교환학생 여자 3명이 토일렛메이트였다.
  • 거기서 만난 러시아인 교환학생 여자 4명이 토일렛메이트였다.
  • 거기서 만난 홍콩인 여자 4명이 토일렛메이트였다.

이들이 입사 신청 때 Same Nationality를 골랐는지는 모르지만, 골라서 SRO에서 반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행사

버스킹 현장 사진

입사 첫 주에 기숙사 부지에서 열린 버스킹. 다른 교환학생들을 다 여기서 만나 인스타를 교환했다. 누가 Fly Me to the Moon을 불렀던 게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연세대 송도학사가 행사를 많이 여는지는 20학번이라 모르지만, CityU의 기숙사는 거의 매주 행사가 있었다. GEO도 행사를 주최하고 Hall 1부터 Hall 11까지 각 기숙사도 제각기 행사를 주최해, 이것저것 참여할 수 있는 게 많았다. 아래는 Hall 10 인스타그램에서 행사 몇 개를 고른 것이다.

개강 첫 주, 태풍으로 외출이 불가능했을 때 사생들이 로비에 모여 사감 부부가 나눠주는 간식을 먹고 교류했다.
줄다리기 대회. 우리 Hall의 여자 팀이 3등을 했다.
마작 대회. 굳이 대회가 아니어도 기숙사 공용 휴게실에 모여서 마작을 치는 사생들을 흔히 볼 수 있다.
UI/UX 워크샵. Figma가 뭔지 몰랐다가 여기서 알게 됐다.
파티 트램. 복고풍 트램을 타고 홍콩 섬을 일주하면서 내부에서는 먹고, 마신다. Hall 10에서 단체로 대여해서, 소액만 내고도 참가할 수 있었다. 트램 옥상에서 친구들과 떠들면서 거리의 운전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운전자들에게 답례로 손인사를 되받는 게 참 즐거웠다.
영국식 High Table Dinner. 송년회와 비슷하다. 다같이 정장을 입고 양식을 먹고 제일 옷을 잘 입은 사람을 겨뤘다.

이 밖에도 스피드 데이팅, 노래 경연대회, 송크란 등 행사가 많았다. GEO 인스타그램과 각 Hall의 인스타그램을 참고하자.

단, 동아리에서도 개강총회만 나오는 사람보다는 동아리방에 상주하는 사람들과 훨씬 더 친해지듯이, 기숙사에서도 정말로 사생들과 친해지려면 행사만 나갈 게 아니라 공용 휴게실에서 자주 같이 만나 떠드는 게 좋다. 가을학기에 교환을 가는 게 유리한 것도 여기서 연유한다. 가을학기에 입사하는 학생들은 학기 초에는 교환학생이고 일반 학부생이고 가릴 것 없이 기숙사 안에서 친구를 만드느라고 여념이 없다. 그래서 용건이 없어도 공용 휴게실로 무작정 내려가서 다른 random stranger 사생들에게 말을 걸며 small talk부터 나누다 보면, 코드가 맞는 사람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남들도 다 당신과 같은 입장이기 때문이다. CityU 기숙사는 건축 구조상 친구를 만들기 쉬우니, 한번 도전해보자.

Ma On Shan

나 다음에 CityU에 올 교환학생들을 위한 글이니 Kowloon Tong 기숙사 이야기는 이쯤 하는 게 좋겠다. KLN Tong Compound와 MOS Compound는 구조가 조금 다른 것 같다. 기숙사의 시설을 보려거든 CityU에서 만든 아래 영상이 참고가 될 것이다.

수업

홍콩 감옥. Penology 수업에서 교수님·수강생들과 단체로 방문해 현장학습을 했다.

홍콩 감옥. Penology 수업에서 교수님·수강생들과 단체로 방문해 현장학습을 했다.

CityU에서 들은 수업은 다음과 같다. A학기는 2023 가을, B는 2024 봄이다.

학기학정번호강의명교수
ACS2115Computer OrganizationNan GUAN
ACS3201Computer NetworksWeifa LIANG
ACS3334Data StructuresJunqiao Qiu
ACS3402Database SystemsJing LIAO
ALC2501German 1Viktoria Schmuck
ALC2956Mandarin for Non-Chinese Speakers ILei SUN
BCS3103Operating SystemsNan GUAN
BCS4286Internet Security and e-Commerce ProtocolsGerhard Hancke
BSS2025Sociology of Politics and DevianceSai-Fu FUNG
BSS3119PenologyYueying ZHONG
BSS3419Complex OrganizationsKun MA
BSS4570Sociology of Marriage and Intimate RelationshipsWing Chung HO

연대 규정상 사회대는 두 학기 교환으로 31.5학점까지만 인정이 가능하지만, 신경쓰지 않고 학기당 18학점씩 도합 36학점을 들었다. 수업별로 특기할 점을 아래에 남겨둔다.

  • Computer Organization: 논리 게이트에서 시작해서 프로세서로 끝나는 수업이다. 학기말에 Logisim을 이용해 오로지 기초 논리 게이트만을 써서 8비트 프로세서를 만들어보는 최종 과제가 주어진다. Dr. Nan GUAN은 강의력이 좋고 영어 억양도 청해가 쉽다.
  • Computer Networks: Weifa LIANG의 억양은 조금 난해하다. PPT는 정말 알차지만, 강의보다는 조교가 수업하는 실습시간이 훨씬 유익했다.
  • Data Structures: Junqiao Qiu는 미남이고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진도는 연결 리스트에서 시작해서 Alpha-Beta Pruning, AVL 트리 정도까지가 된다. CityU는 자체 Online Judge가 있는데(CityU VPN으로만 접속가능), 강의에서 지정해준 문제를 이 Online Judge에서 풀어야만 점수를 받는다. 학기말에는 연결 리스트를 세 가지 다른 방법으로 구현하라는 최종 과제를 받는다. C++ 기초를 알면 강의를 따라가는 데 문제가 없다.
  • Database Systems: CityU SQL Online Judge가 있어 거기서 문제를 풀어야만 점수를 받는다. ER 다이어그램을 그리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쿼리를 손으로 짜는 건 Intellisense 없이 하자니 정말 어려웠다.
  • German 1: 첫 몇 주만 나가고 이후로는 나가지 않아 F를 받았다. 교수의 강의력은 좋다.
  • Mandarin for Non-Chinese Speakers I: Lei SUN은 강의력이 좋고 학생들을 좋아하며 친절하다. 중국어를 잘하는 학생은 LKF에 데려가겠다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이 수업에서는 교환/국제학생들을 아주 많이 볼 수 있다.
  • Operating Sytems: Computer Organization과 동일하게 Nan GUAN이 가르쳤는데, 역시 수업 내용이 알찼다. 운영체제 전반을 배우고, 마지막에 배운 건 File System for flash memory였다. 최종 과제는 Basekernel을 수정해 Preemptive Priority Scheduler와 named pipe를 직접 구현하는 조별과제인데, 나는 그냥 혼자 했다.
  • Internet Security and e-Commerce Protocol: 교환에서 들은 수업 중 유일하게 백인 교수(남아공)가 가르쳤다. 정수론, 암호화, 전자서명, 프로토콜, 공격법 등을 배운다. 기말고사의 마지막 문제로는 주어진 조건 하에서 A와 B가 서로 Authentication & Authorization을 할 수 있는 Security Protocol을 설계하라는 문제가 주어졌다. 유익한 수업이었다.
  • Sociology of Politics and Deviance: 정치와 일탈의 사회학. 교수가 제시한 주제 10여개 중 하나를 택해 조별로 발표를 해야 하는데, 우리 조는 “1997년 홍콩 반환을 기점으로 홍콩 정치에 참여하는 주체는 어떻게 바뀌었는가"로 조별 발표를 했다. 홍콩 기본법, 국가보안법 등 Controversial한 쟁점을 넓고 얕게 짚었다.
  • Penology: 국어로는 ‘행형학’. 형벌을 집행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수업계획서에 Prison Visit을 한다고 적혀 있어서 신청했다. Language of Instruction이 English인데도 교수님이 광동어를 자주 써서 당황스러웠다. PPT는 알찼고, Prison Visit도 알찼다. 홍콩은 1997년까지 죄수들이 도로교통표지판을 그렸다고 한다. 표지판을 만들던 작업장을 탐방 때 실물로 볼 수 있었다.
  • Complex Organizations: 조직이론. CityU는 LC 수업을 빼고는 어느 수업도 출석확인을 하지 않아서 교환 생활 중에 자주 수업을 결석하고 놀러다녔는데, Complex Organizations는 매 수업마다 In-class Exercise가 있어서 함부로 빠질 수가 없었다.
  • Sociology of Marriage and Intimate Relationships: B학기에 들은 수업 중에 운영체제와 더불어 제일 기억에 남는 과목이다. 모든 수강생이 제각기 기혼자 한 명을 면담하고, 면담 속기록과 영문 요약본을 Canvas(CityU의 LearnUS)에 공유한다. 이 면담집을 자료로 삼아 결혼사회학계의 이론/가설을 검증하면 된다. 50명씩이나 되는 사람의 결혼생활을 연구윤리를 준수하는 선에서 소상히 듣고 읽은 것은 참 귀중한 경험이다. Wing Chung HO 교수는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콧수염을 기르고 있으며, 유창한 영어를 구사한다.

마치며

생일파티 사진

9월, 내 생일에 깜짝파티와 레터링 케이크를 준비해준 Hall 10 친구들. 중앙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중국인, 태국인, 홍콩인, 나, 나이지리아인, 한국인, 캐나다인(룸메이트)

12월, 캠퍼스 근처 작은 식당 앞에서.

12월, 캠퍼스 근처 작은 식당 앞에서.

여행을 할 때 간 장소를 기억하는 사람이 있고, 만난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 나는 후자다. 홍콩에서 간 장소도 기억에 선명하지만 만난 사람들은 훨씬 생생히 기억에 남았다.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하시던 식당 주방 조리원 할머니, 내 짧은 광동어와 보통화로도 재미있게 대화를 할 수 있었던 기숙사 경비원, 집도 회사도 아닌 제3의 공간을 창업할 꿈을 꾸던 60대 인도인 서점 사장, … 그리고 그 중에 제일 선명히 추억하는 사람들은 사진에 나온 친구들이다. 다같이 Hall 10에 살던 이들은 9월 중순에 내 생일을 축하해주면서 처음으로 한자리에 모였고, 그날부터 1년 내내 붙어다녔다. 친구라야 어디서든지 사귈 수 있다지만, 같은 건물에 같이 사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나와 홍콩인 친구가 썸을 타고 연애까지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고 응원하고, 섬의 해안가로 다같이 여행을 갔다가 해질 때까지도 절벽을 벗어나지 못해 구조대를 부를 뻔하고, 같이 요리를 하고, 중추절 축제를 보러 가고, 고민상담을 하고, 시험공부를 하고, 같이 먹고, 마시고, 울고, 웃었다. 우리는 거의 가족이나 다름없이 지냈다. 송도학사에서 사생들과 어울려 놀지 못했다는 20학번의 한은 싹 씻겨 내려간 지 오래였다. 홍콩 교환에서 가져갈 것을 단 하나만 고르라면 딤섬도 침사추이도 운영체제도 아니고 여기서 만난 친구들이다. 나와 룸메이트가 귀국한 후에도 Whatsapp 단톡방으로 서로 소식을 전하는 우리 일곱 명이, 교환 생활에서 얻은 최고의 보물이다. 나에게 교환학생으로 파견되어 이렇게 값진 인연을 맺을 기회와 장학금을 준 연세대에게 감사를 전한다. 역시 장학금을 준 데다가 다른 학생들과 가족처럼 친해지도록 환경을 조성해준 CityU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무엇보다, 나와 함께했던 여자친구를 비롯해 여기서 나의 교환학생으로서의 여정을 같이했던 절친 총 여섯 명에게 무한한 사랑을 전한다. 젊은 날의 즐거운 기억은 여생의 일용할 양식이어라. 앞으로는 인생에 고난이 닥쳐도 이들과의 동고동락, 우정, 추억을 되새기며 전진하게 될 것이다. I love Hong Kong. 我愛香港🇭🇰